당연하게 장바구니에 넣는 샴푸와 바디워시가, 늘 쓰는 스킨, 로션이 정해져 있는 게 좋다. 이리저리 따져보지 않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한테 맞는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됐다.
그러나, 해가 넘어갈 때마다 몸 이곳, 저곳에 이상이 생기는 건 슬픈 일이다. 한쪽 눈꺼플이 어느 날부터 유독 무겁게 느껴지고, 이제는 샤워 후에 꼭 로션을 발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건조해져 피까지 보게 된다.
인공눈물은 어느날부터인가 책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핸드크림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귀찮아서 챙기지 않았고, 그래도 상관없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병원에 가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가 많다. 어른들이 왜 그렇게 영양제를 챙겨 먹는지 점점 알게 된다. 이렇게 늙고, 죽어 가는 구나라는 게 서글프고 무섭다.
건강하지 않음이 당연한 나이.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나이.
처음에는 낯선 불편함에 겁이 났지만, 이제는 짜증부터 치민다. 그리고 그간 내가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건강과 젊음이 아쉬워진다. 앞으로 내가 남은 평생, 이 불편함과 살아야겠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졌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를 보면, 어렸을 때는 참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얼마나 힘들면, 불편하면이란 생각부터 든다.
가끔 나도 몸이 너무 안 좋은 날에는, 정말 바닥에라도 주저 앉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나마 아직은 젊으니깐 버티며 서서 가지만,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은 없다.
결론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돈도 좋고 다 좋지만, 건강이 최고다.